다음의 '진중권'교수 '블로그 글 차단'에 대한 위법판단을 보면서

2010.08.26 08:26
시사평론가 진중권 전 중앙대학교 겸임교수가 포털사이트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6단독 김범준 판사는 진 전 교수와 블로거 김모씨가 "블로그의 글을 무단으로 차단,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다음은 정보통신망 이용법 등 관련법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며 "블로그의 글을 차단하는 조치가 약관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진 전 교수 등이 올린 글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여지가 있다"며 "이를 볼 수 없도록 차단하고 한 달 뒤 복원한 조치는 위법하지 않다"고 밝혔다.

진 전 교수 등은 지난해 각각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 등에 대한 의견을 다음이 운영하는 블로그 '티스토리'에 게시했다. 이를 본 변 대표와 장 의원이 명예훼손을 이유로 다음에 해당 글의 삭제를 요청하자 다음은 글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고 30일 후 복원했다.

이에 진 전 교수 등은 "가입 약관에 어긋난 조치로 피해를 봤다"며 "다음은 진 전 교수와 김씨에게 1100만원씩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http://mtz.kr/4d9e>
이번 사건은 블로그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도 매우 의미가 깊은 사건이다. 진중권 교수 개인의 손해배상 패소에 대한 의미가 아니라, "블로그 플랫폼 제공업자"의 책임 범위에 대한 법원의 시각을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법원은 여전히 "블로그"를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나 카페의 게시글, 다음 아고라의 게시글 정도의 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역으로 "다음"과 같은 플랫폼 제공업자는 블로그 글 역시 "자기 서비스내 게시물"과 동일한 주의로써 관리해야한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즉 만약 이번 조치를 하지 않아서 변희재 대표가 반대로 "다음"에 손해배상소송을 했더라면 "다음"은 패소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난 이 판결에 대해서 매우 불만이다. 진중권 교수에게도, "다음"에게도 독이 되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블로그의 법적 의의에 대해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블로그 플랫폼 제공업자와 블로그 운영자(소유주), 그리고 그 콘텐츠의 관리책임 주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에게 모든 권한이 위임된 블로그

넓은 의미의 블로그는, 개인이 정기적으로 사진이나 비디오, 행사의 기록, 주석 등을 기록하는 웹사이트를 의미한다. 하지만 좁은 의미의 블로그, 더 정확히는 블로그미디어로서 운영되는 블로그는 이걸 넘어서서 개인 언론, 또는 개인 미디어 수준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광의의, 협의의 블로그 모두 중요한 점은 "개인이" 스스로 그 사이트를 관리하고 콘텐츠를 생산하고, 스스로 다른 포털이나 커뮤니티, 검색엔진에 그것을 유통한다는 점이다. '다음'이라는 플랫폼 제공업자의 홍보나 프로모션, 제안에 일부 호응할 수 있어도 우선은 "개인"이 모두 판단한다.

플랫폼 제공업자의 역할과 관리가능성

그리고 블로그 플랫폼 제공업자는, 말 그대로 플랫폼을 제공할 뿐이지 실제로 그 플랫폼 제공을 통해서 자기 서비스 트래픽이 증대한다거나, 콘텐츠를 활용한다는가 하는 유용함을 누리고 있지 않다(블로그는 운영자가 스스로 다음View, 네이버 캐스트, 심지어 검색엔진에 검색되게 할 것인지 아닌지도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 또 한편으로 플랫폼 제공업자는 블로그 글을 전부다 감시하고 관리하고 할 관리가능성 역시 매우 낮다. 게시판, 카페, 다음 아고라, 싸이 미니홈피처럼 자신의 서비스의 한 page를 내놓는 것과 달리 "플랫폼"을 통째로 제공하기에 그 사용자가 그곳에서 바이러스를 전파하는지, 사기를 치고 있는지 파악할 가능성이 매우 낮고 그것을 관리감독하라는 것은 기대불가능이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단순히 진보 대 보수의 대결로 바라보기 보다, 블로그라는 개인미디어, 개인의 저작 공간을 플랫폼 제공업자가 관리/제어하는 것이 옳은지, 아니 옳은 것을 떠나서 그것이 사회전체적으로 효율적인 방향인지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이런 식으로 법원이 플랫폼 제공업자와, 블로그 사용자의 권한과 의무 관계를 "규정"하는 순간부터 한국내 서비스 성장은 그 동력이 마르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재차 삼차 누적되면 한국인마저 한국의 블로그 플랫폼보다 외국의 블로그 플랫폼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나 역시 네이버 블로그를 안 쓰는 이유중에 하나가, 네이버가 블로그 개인의 글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검열하는 것에 반발하였던 것이었는데,,, 이제 티스토리마저..) 영어/외국의 플랫폼이라는 장벽은 이제 더 이상 인터넷 세상에서 시장을 규정짓는 경쟁력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좀더 극단적으로 설명해보자.
제로보드, 그누보드와 같은 "게시판 솔루션, 플랫폼"이 있다. 그 플랫폼 제공업자가, 그 플랫폼을 가지고 만드는 게시판의 모든 콘텐츠를 관리감독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게시판 툴을 가지고 성인사이트를 만들수도 있고, 마약사이트를 만들수도 있고 그런 것이다. 그것을 두고 '플랫폼 제공업자'가 그것을 관리감독하라는 것과 비슷한 논리라고 생각한다.

블로그 미디어가 폭발하고, 많은 콘텐츠가 양산되는 지금 저렇게 작은 손해배상소송 판결 하나가 가져올 파장은 5년, 10년뒤의 블로그 산업 내지는 콘텐츠 산업, 네트워크/커뮤니티 산업의 왜곡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본다.

저 판사께 묻고 싶다.
제 블로그는 어느 회사에서 제공하는 블로그인지 알아보시겠습니까?


Mixed Media Painting (Detail) by Choichun Leung / Dumbo Arts Center: Art Under the Bridge Festival 2009 / 20090926.10D.54929.P1.L1 / SML
Mixed Media Painting (Detail) by Choichun Leung / Dumbo Arts Center: Art Under the Bridge Festival 2009 / 20090926.10D.54929.P1.L1 / SML by See-ming Lee 李思明 SML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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