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서 박수치는 방법에 대한 짧은 생각... (아니 노하우?)

2010.09.08 07:51
QSS-29_31

▲ 케빈컨 연주회 시작하기 전


97년도 말엔가, 공연장에서 박수치는 방법이 너무 궁금해서 여기저기 찾아본 결과, 전형적인 교과서적인 방법론만 나와 있었습니다. 음악이라곤 도레미 밖에 모르는 녀석이 공연장에 앉아서 2시간, 때로는 길때는 3시간 가까이를 어느 순간 박수쳐야하나 하는 긴장감에 공연장 가는 것이 스트레스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저 같은 사람이 참 많은가 봅니다. 우리 음악도 아닌 서양음악, 그리고 어색한 공연장에서 민속음악에 맞춰 덩실덩실 춤추던 민족이 가만히 앉아서 숨죽이며, 연주자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듣고 있는 것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연주자에게 연주 중간, 휴지기의 박수는 치명적입니다. 악장과 악장 사이의 박수는 아주 흥이 날 경우나, 연주자가 매우 잘한 경우 등에 박수를 치기도 합니다-때론 브라보 등을 외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연주자도 기분이 좋아져 더욱 잘하기도 하는데, 연주 중간의 휴지기, 즉 연주가 진행중인 동안에는 박수가 나오면 연주의 맥이 끊기는 거죠.  연주자로서는 연주할 맛이 한 순간에 사라져버리는 것입니다.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데, 취소버튼 누르는 것만큼 치명적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크레디아(클럽발코니)에서 대학생 모니터요원이라는 걸 했었습니다. 97년도 여름부터 즈음입니다. 당시 크레디아는 서초동에 건물 한 켠에 자리잡은 작은 사무실이었습니다. 단지 클래식 공연을 매월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이유 하나로 줄기차게 다녔던 것 같습니다. 클래식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싶었고 한편으론 무식함을 해소하고 싶음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대한민국 공연1등 기업이 되어서, 음악대학 졸업자들이 가장 가고싶은 회사중에 하나로 꼽힌다고 할 정도라고 합니다. 위의 트위터 페이지는 회사 CEO이신 정대옥 대표님의 트위터입니다. 시작하신지 얼마 안되신 것 같지만, 매우 즐겁게 트위터를 하고 계신것 같습니다.

크레디아에서 주최한 멋진 공연을 지난 15년 여간 그래도 수십차례는 간 것 같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얻어진 숨겨진 노하우 공개해드립니다. 물론 저는 클래식 음악이라곤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도 어느 순간에 악장이 끝나는지 대충 감으로 알 정도로 문외한 입니다. 이렇게 공연장 많이 다녔으면서도 좋아하는 곡 아니면, 기억 못합니다. 일부 좋아하는 곡도, 어느 순간이 끝인지 모릅니다. (기억할 것도 많은데, 그런것까지 기억하면 오버플로 납니다...)

[1] 가장 큰 원칙 - 박수 치는 것, 신경쓰지 마라.
공연장에 가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는, 나를 위해 즐기기위해 가는 공간입니다. 비싼 디켓을 사서 공연장에 발을 디디는 순간, 나는 중세의 백작이고, 후작이고 때론 왕이기도 합니다. 저 연주자는 나를 위해 연주하고 있습니다. 박수치는 것, 타이밍, 때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베토벤이나, 모짜르트가 나에게 투자를 받기 위해 와서 열심히 연주중입니다. 즐겁게 들으시고, 박수는 공연 마지막에 떠나갈 때 쳐도 충분합니다. 박수치는 것, 신경쓰지도 말고 잊어버립시다.

[2] 때론 연주가 끝나고, 연주자의 침묵도 공연의 하나다.
바이올린 연주자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연주를 끝내고 활 시위를 놓자마자 박수를 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만큼 싫을 때가 없습니다. 연주자의 코끝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이 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때론 연주자가 거친 숨을 "훅"하고 몰아쉴 때까지 참아주는 것, 어쩌면 그것도 공연의 하나일지 모릅니다. 연주가 끝났다고 하여 바로 박수치는 것, 내 흥을 깨는 행위입니다. 연주가 끝나고 나서도 박수 치는 것을 잠시, 2초에서 3초간 멈춥니다. 그리고 연주자의 얼굴 표정, 손가락을 보십시오. 연주자 스스로 짜릿함을 느끼며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로 연주할 때의 쾌감을 관객도 같이 느낄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3] 모르는 곡, 처음 듣는 곡에 대한 스트레스 받지 마라.
모르는 곡, 처음 듣는 곡은 연주자가 연주가 끝난 이후에, 인사할 때 박수치면 됩니다.
정말 우스운 이야기지만, 크레디아 대학생 모니터 활동 할때에는, 공연 전에 공연프로그램을 구해서 그 곡들을 다 듣고 가본 적이 있습니다. 언제 박수쳐야할지 외우려고 했던 것이지요. 아 이때 곡이 끝나는구나! 공연 내내 정말 괴로웠습니다. (정말 난 음악에 대해서 무식하단 생각을 수십번 했던...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는, 아 저 무식한 놈 이런 분도 계시겠지만 진짜 무식합니다... 인정합니다.) 특히나 현대곡이나 실험적인 곡이 나올 경우에는 아주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나를 비롯한 몇몇이 연주 중간에 박수라도 칠 때에는 공연장 바닥으로 숨어버리고 싶었습ㄴ다. 아니 공기중으로 녹아 없어져 버리고 싶었습니다. 
그 뒤로는 공연장에는 "새로운 곡"을 듣고 배우고, 감동하러 가는 공간으로 마음가짐을 바꾸었습니다. 일상에서 바빠서 못듣는 클래식,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들어보고 맘에 드는 곡이 있는지 들어보러 가는 공간으로 말입니다. 아주 행복해졌습니다. 공연을 듣고 맘에 드는 곡이 담긴 연주자의 CD도 사게 되고, 때론 그 곡을 다른 연주자가 연주하는 것을 듣고 비교까지 하기도 했습니다. 박수치려고 공부했던 스트레스를 잊고, 나는 곡을 선택하고 배우고 들으러 가는 순간부터 공연장이 행복한 공간이 된 것입니다.
모르는 곡, 처음 듣는 곡에 대해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오히려 새로운 경험을 위해 기뻐하고 모르는 곡일 경우에, 그리고 나를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곡에 대해서는 박수치지 않아도 됩니다. 눈 지긋이 감고, 난 이 곡이 싫어.. 그래서 박수도 치지 않을래 하는 정도의 여유도 부려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연장에 박수치기 위해 가는 것은 바보다.
요즘엔 티켓이 한 장에 비쌀 때에는 10만원 또는 그 이상을 호가합니다. R석의 앞쪽 좋은 자리에 앉아서 연주자의 호흡과 땀방울, 그리고 그 사람의 눈동자까지 보이는 좋은 자리에 앉아서 어느 순간 박수쳐야 하는지 초조하게 2시간 가까이를 보낸 경험이 너무 아깝습니다.

나를 위해, 공연장을 다가서면, 그보다 행복할 수 없습니다. 몇천만원짜리 진공관 앰프에 스피커를 못가질 바에는 난 세계 최정상의 바이올리니스트 앞에서 나를 위한 단독 공연을 본다고 생각하며 즐기면 됩니다. 곡에 따라서는 내가 맘에 들지 않아 박수를 아낄수도 있고, 때론 공연이 끝나고 연주자의 여흥이 느껴져 늦게 칠수도 있고, 때론 너무 신이나서 박수를 계속 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모르는 곡, 새로운 곡, 실험적인 곡에서는 연주자가 연주 끝나고 인사할 때 박수치는 것도 방법입니다. 

쓰고나서 보니, 완전 비 정통 박수치는 노하우 글 같아서 조금은 부끄럽네요. 하지만 뭐 난 음악전공도 아니고 음악에 대한 문외한이니까 이런 글을 쓸 수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처럼 음악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 이 글을 보고 클래식 공연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으면 하는 바램에서 써봅니다.

"모르는 것은 창피한 것이 아니다"라는 제 신조에 전혀 어긋나지 않다고 위로해봅니다. (그러면서 부끄럽다는)
불치하문(不恥下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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