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 vs. 세븐데이즈, 사적구제라는 같은 그림 속에서..

2008. 3. 5.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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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진의 LOST? LOST의 김윤진?
아무튼 김윤진이라는 배우가 갖는 선입견은 이 영화를 보는데 망설임을 가져다 준 것이 사실이다.

세븐데이즈, 납치영화라는 사실을 듣고 식상하리라.. 또다시 납치영화를 봐야하는가 하는 고민을 했었다.

영화를 보고나서 원신연 감독과 배우 김미숙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근래에 이런 영화를 보게 된 것을 정말 정말 감사하면서 말이다.

영화를 보는 처음 와이프가 내게 물었다. "저 상황에서 어떻게 할거야" 즉 내 딸이 납치된 상황에서 누군가, 세븐데이즈와 같은 미션을 줬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난 대답보다 먼저 침을 꼴깍 삼키고, 머릿속 가득한 납치범을 갈갈이 찢어 죽여버릴지도 모르고 오히려 한이 안 풀리면 뼈를 갈아 마셔버릴지도 모른다는 그런 잔인하면서도 피 끓는 애절함을 표현할 방법이 없어 대답 대신 어색하게 생각해본다고 대답을 회피하였다.

그런데,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내가 답답해 했던 것을 영화로, 그림으로 풀어줬다.  사적구제..

그래 어쩌면, 자기 가족을 살해한 살인범에게, 사형제도라는 것은 너무나 평화롭고 사치일 수도 있다.
그런 사형수를 내가 직접 복수하고 싶은 복수욕을 해결해주는 영화..

이 영화의 주류에 흐르는 것은, 공권력 또는 공적 집행에 대한 회의감 내지는 비판이다. (내 생각에..)

(1) 김윤진의 딸이 납치되었을 때, 집에 경찰들이 상주하면서 갖가지 기계를 부려놓는다.
노트북도 여러 대에, 많은 경찰들이 상주하는데.. 난 그 화면을 보면서, 내 딸이 납치되면
저런 상황을 공권력에 기대할 수 있을까 반문해보았다. 천만의 말씀이다.

승률 99%의 변호사도 영화속에서나 가능할 일 아닐까 싶다.

(2) 김윤진은 범인의 말을 듣고 경찰을 따돌리는데, 고가도로 위에서 경찰보고 그만 따라오라고 한다.
그래.. 공적 구제라는 것, 공권력이라는 것은 질서유지 차원의 경찰행정에 만족하는 게 다 일지 모른다.

(3) 김윤진은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그리고 증거입증책임이 검사에게 있음을 이유로 진정한 범인을
무죄로 석방되게 한다. 공권력의 최 말단의 보호수단이라는 재판 조차 때로는 이런 Rule과 Principle로
범인을 풀어줄 수 밖에 없게 한다.

(4) 김미숙은 그걸 이용하여, 공적 집행수단인 사형제도를 통하여 자기 보복을 다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그걸 이용하여 사적보복을 이룬다. 그래.. 이건 어쩌면 이 영화의 주된 테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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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또다시 볼만한 영화, 추격자.
피해자들이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무참히 살해되고마는, 그리고 내가 언제든지 그런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극한의 공포감을 통하여 영화 보는 내내 긴장감을 극대화시켜준, 그리고 영화본 직후에는 "이 따위 영화가"라고 생각했다가 점점 생각이 바뀌게 만드는 괜찮은 영화다.

미국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한국판이라고 하면 오히려 감독이 서운해 할만큼 잘 만들었다!

코엔형제보다 낫다. ^^

저 화면에서 보다시피 이 영화도, 주인공인 보도방을 운영하는 전직 형사출신인 "엄중호"가 연쇄살인범인 "지영민"을 직접 잡는다. 공권력은 이 영화에서는 무기력함을 보여주고 때로는 무능함을 보여준다. 심지어 똥 맞은 시장에 대한 책임 회피 내지는 언론보도회피를 위해서라도 이 사건을 종결지어야 한다는 경찰 상관의 말에서, 공권력이란 인권이나 개개의 생명을, 자신의 자존심보다 무가치하게 생각한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이 영화의 밑바탕 그림 역시 공권력, 특히 검찰과 경찰에 대한 깊은 회의감이 묻어나온다.

(1) 주인공은 경찰에 협조를 구하고 본인이 찾고자하는 범인에 대해 같이 찾아줄 것을, 동참을 요구하다가
결국엔 스스로 나서게 된다.

(2) 경찰에 겨우 인계한 범인 역시, 어린 나이의 검사 영감께서, 폭행 흔적에 대해 되려 질책하며,
주인공을 폭행 혐의로 수배하라고 지시한다.

(3) 범인이 다시 범행현장으로 돌아올때, 여자 형사가 따라붙지만.. 구멍가게에서 망치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사람이 죽어나가도, 그거 하나 제지 못한다. 발견을 못한건지, 아니면 모른체 한 것인지..

열 명의 범인을 놓쳐도, 한 명의 무고한 시민이 희생되어서는 안된다는 법률 격언이 너무나 무색해진다.
우린 그런 Maxim에 의존하여, 자칫 한 명의 범인이 만드는 죽음을 방치할 수 있는건 아닌지..


범죄의 강도와 형태, 그리고 그 잔인함이 변화되어 가는 것에, 과연 법은 적응하고 있는 것인지..

물론 자유, 인권의 입장도 중요하지만.. 아 이 복잡한 머리속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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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이따위 사족을 쓰려고 한게 아닌데..
쩝.. 그냥 요즘 내가 맡은 팀이 힘들어하는데.. 그 가운데 영화관도 한 몫을 거들어서..
영화관들.. 할인정책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었으면 한다.

문화상품이어서, 스크린쿼터 사수하여야한다고 했다.
하지만 상품의 질을 개선해서 스크린쿼터보다 더 좋은 안전 장치를 만들었다.

문화이면서, 분명히 "상품"인 것이다. "상품"은 잘 팔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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