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2006. 9. 14. 11:49
영화제목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감    독 : 송해성 (라이방, 파이란 만든 감독이라네.. 다 보다가 잠든 영화들 ㅡㅡ;)
주    연 : 이나영(문유정), 강동원(정윤수)
원작소설 : 공지영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1. 영화를 보러가며
8시 45분에 허겁지겁 도착해서, 영화관에 들어섰다.
이나영과 강동원이라는 CF를 주력하는 배우들이 연기하는 영화에 대해서,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언론과 예고편에서 보여지는
'사형수와의 사랑 영화'라는 문구에 더더욱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 영화를 보기 시작할 때는, '이런 CF급 배우들이 하는 영화를 봐야한다니'라는 생각을 갖고
보기 시작했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감독과 배우들,
그리고 공지영 작가에 대해 존경심을 갖게 되었고 마음속 깊이 박수를 보내게 되었다.


2. 문유정과 정윤수는, 같은 삶을 살았다.
주인공 문유정은, 부잣집에서 태어나서 부유하게 자라나게 된다.
유학도 다녀왔고 대학교수 자리에, 차도 XG그랜저를 몰고 다니면서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산다.
어느날 운동하다가 태양을 보며, 아침이 싫다며 자살을 시도하지만 살아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15살에 사촌오빠에게 강간을 당했었고, 친어머니는 집안 창피하다며,
입단속을 시키게 된다. 그녀는 그때부터 어머니를 증오하게 되었고, 버려짐에 대해서
항상 자살로서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보려 한다.

사형수 정윤수는, 가난하게 태어나 힘들게 자란다.
유학은 커녕, '대학 교수'도 직접 본 것은 처음이라는 그런 삶을 사는데,
어릴적 남동생을 데리고 재혼을 한 어머니를 찾아갔다가, '나도 좀 살자'라는 어머니의
싸늘한 목소리를 뒤로 한채 뒤돌아 서게 된다. 어머니로부터 그도 버려진 것이다.
윤수는 남동생과 같이 앵벌이를 하다가, 동생이 어느날 차가운 지하철 바닥에서 죽게된다.
그 역시 어머니와, 남동생에게 버려진 외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게 된지 얼마 안되어,
300만원의 병원비 때문에 우연치 않게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재판에서도 문유정처럼, 죽음을 선택하기 위하여 전부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해버린다.
윤수 역시 아침의 태양이 고역스럽긴 마찬가지이고, 매일 매일이 고통스러운 것이다.


3. 문유정과 정윤수는,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문유정은, 정윤수와 다르다.
자살을 선택했고, 자살은 언제든 되돌릴 수 있다.
병원에서 링거병에 담긴 액체를 맞으며 되살아나고, 그의 어머니 역시 쉽게 죽지 못한다.
어쩌면 그에게 있어 자살은 하나의 이벤트에 다름 아니다.

정윤수는, 사형을 선택했고, 되돌릴 수 없게 되었다.
문유정이 그의 어머니에게 사과하듯이,
그 역시 자신이 죽인 파출부의 어머니에게 사과하지만 사형은 되돌릴 수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고, 죄를 뉘우쳤지만 그에게 있어, 그가 선택한 사형은
문유정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정윤수와 같이 범행을 저지른 사람에게 가서
문유정이 설득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사형은 집행되고 되돌릴 수 없어진다.
"네가 죽는다고 죽은 내 딸이 살아난다면 몇번이고 죽이겠지만..."
이 대사는 피해자 가족들이, 사형수를 용서하면서 자주 하는 말이다.
이 영화에서도 등장한다.



4. 사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어본다.
사형제도에 대해서 난 찬성론자도 반대론자도 아니다.
피해자 측면을 생각하면 찬성하지만, 막상 어제와 같은 사형 집행장면을 보면 반대론자가 된다.

극악무도하게 일가족을 죽이고, 남편이 보는 앞에서 와이프를 강간하고,
가족들을 차례대로 보는 앞에서 죽이는 놈은 능히 사형을 면할 수 없어야 한다.
아니 사실 그것은 그 사람의 인권보다, 우리 사회를 보호해야 할 측면이 더 크기 때문이다.
아니 사형이건, 빠삐용의 알카트로스섬처럼 아예 격리시켜야 할 필요성은 있다.

하지만, 정윤수와 같이 사회의 버려진 삶을 살면서
그리고 같이 범행을 저지르고선, 마치 본인이 전부 범행을 진행한 양
진술해버린 경우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영화 중간에 나온 것처럼, 사형을 각오한 사람에겐 두려운 것이 없는 것이다.
자살을 각오한 "문유정"이 자동차를 막무가내로 몰듯이,
사형을 받은 정윤수는, 감옥내에서 꼴통으로 통할수 밖에 없다.

즉 브레이크 없는 벤츠처럼, 막무가내로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명 죽인 사람이, 사형을 무릎쓰고 막무가내로 다 죽일 수 있는,
그런 범죄억제 효과는 사형전까지는 있을지 모르지만, 막상 가속도가 붙고나서는
없어지고 마는...

과연 우리는, 사형제도를 두어야 하는가?
윤수가 애국가를 부르다가 얼굴에 두건이 씌여지는데,
무섭다고 외치는데... 난 눈물을 흘리다 흘리다 소리내어 울뻔했다...
인간이 인간을 저렇게 죽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소도 도축장에 끌려가며 눈물을 흘린다는데, 교도관 두명이 사형수를 끌고가는 장면이
그보다 더 슬프지 않을 수 없는것 아닌가...


5. 영화를 보고 나오며..
CF 배우라고 생각했던 이나영과 강동원은,
대사가 유난히 많고 감정의 이입이 많아야 했던 이 영화에서 아주 제대로 해냈다.

씨네21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10점 만점에 6점이라는 가혹한 점수를 줬더구만..
아마도 사랑 영화라고 생각했을테고, 배우를 봤을테고, 감독을 봤겠지..
그들의 보기에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고, 조지 포스터가 나와야 영화답다고 생각했겠지..

나에게 있어 이 영화는,
사람, 사형, 죽음, 가족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영화였다. 100점짜리..

간만에 영화 내내 눈물 흘리면서 영화봤다.
쌩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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