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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품을 접하다.
내가 명품이라는 것을 처음 접한 것은,
아마도 대학교 1학년때였던 것 같다. 그때까지는 나에게, 패션이나 트렌드 이런 단어는
그냥 아무런 의미없는 조사에 불과했던 것 같다.

20여년간을 어머니가 사주신 옷만 착실하게 입고,
내가 입고 싶어하는 브랜드나 신발이 딱히 있지 않았다.
(아마도 어렸을적부터 브랜드만 입히셨던 어머니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난 라코스테, 아놀드파마,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이런게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며
자랐고 그것이 브랜드라고 의식하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항상 그런 옷만 입고 자랐는데, 나중에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보니
나 역시 동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명가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프라다는 그냥 브랜드일지도 모른다)

대학와서 여자애들이 들고 다니던, 펜디나 프라다를 보면서
난 저것이 왜 명품일까.. 그 핸드백 하나에 기백만원을 한다는 걸 들으면서
속으로 어이없어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대학 1~2학년때에는 "명품 = 사치, 허영"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녔다.

2. 비싼 것은 그만큼의 역할을 하는 거다.
어머니와 이런 논쟁을 한 적이 있다.
9900원짜리 티셔츠도 좋은데 왜 이렇게 비싼 티셔츠만 사시냐고..
언젠가 어머니와 아버지가 사셨던 티셔츠가 비싼 걸 두고 내가 한 말인데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저렴한 것은 한철밖에 못입지만, 브랜드가 있는 것은 A/S도 되고
몇년은 입을 수 있다는 어머니의 말에 큰 충격을 먹었다.

어쩌면.. 시장원리에 따라서 브랜드는 비싼게 아니라 적절한 가격을 형성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에게 스며들었다. 충격이었다.

3.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주인공 앤 해서웨이(앤디 역)는 노스웨스턴대학을 나와서 스탠포드 로스쿨을 포기한
재원이라고 설정이 되어 있다. 그의 머릿속에는 자신감과 지적 충만함이 가득하다.
그런 그에게 명품으로 몸을 휘감고, 마른 몸을 유지하며,
소득에 걸맞지 않게 사는 여성들이 얼마나 하찮게 보였겠는가...

그리고 그가 취직하게 된 RUNWAY라는 잡지에서,
그런 사람들로 가득한 것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난 사실 중간에, 스탠리 투치(나이젤 역)가 나와서 하는 대사를 보며 충격을 먹었다.
잠시 거쳐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너에게 무슨 칭찬을 바라는 것이냐는 식의
충고 아닌 충고를 듣고 놀랬다.

뭐라고 해야하나.. 내가 전에 들었던 그런 말이었다.
G마켓이라는 공간에서 잠시 산업기능요원으로 지나갈 너에게
회사가 무엇을 해주길 기대하느냐는 누군가의 말로부터 나는 변화하려고 노력했었다.
아니 아직도 그네들이 보기에는 변화하지 못했겠지만서두..

4. 각자 보는 눈이 다르다.
영화를 보면서 각자 보는 생각이 다르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명품이나 사치와 지식의 경쟁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하고
어떤이는 사랑과 직업에 대한 갈등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하고,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모 집단에 대한 구성원의 갈등에 초점을 두고 보았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일지라도,
그가 속한 구성 집단에서 융화되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한다면,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은 게 아닐까 싶다.

물론 그렇다고 자신의 색을 버리고 무조건 악마가 되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앤디처럼 도도하고 자신감있게 살면서 기존의 구성원의 아이덴티티를
무시하며 사는 게 과연 맞는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앤디가 입고온 티셔츠가, 2002년도쯤에 명품 브랜드에서 런칭해놓은
디자이너들의 결실인데, 그건 입고서 마치 저항하듯이 나타났다는
메릴스트립(미란다 역)의 말과 비슷한 생각이다.
즉... 세상 아래 새로운게 없고, 잘난 것 없다는 것이다.

기존의 헤게모니, 아이덴티티를 무시하려면 우선 정확히 알고 제대로 알고
덤벼야 제대로 덤비는 것이다.

우린 누구나 프라다를 입기를 꿈꾼다.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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